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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현댁이야기 5 - 옆지기와 아들들이 차려준 <환갑 생일상>
    보현댁 이야기 2020. 9. 7. 20:24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살다보니 제가 벌써 환갑이 되었다고

    옆지기랑 아들 둘이 환갑 생일상을 차려줍니다.

    코로나로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시절이라

    이런 호사를 누렸답니다.

    코로나의 긍정적 기능도 있네요~~ㅋㅋ

     

     

     

    지난 토욜, 옆지기 새벽부터 부엌에 나가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더니

    이런 아침밥상을 차려줍니다.

     

    평생 처음 받아본 남편표 밥상이네요~~ㅋ

     

     

     

    햇밤 주워다가 밤밥하고,

    전복 사다 손질해서 전복미역국을 끓였는데

    간도 맞고, 맛이 좋았어요~~ㅎ

     

     

     

    제가 육류를 안 먹는데

    닭이랑 오리는 가끔 먹는다고

    오리날개 사다, 이리 이쁘게 간장조림을 했네요

    파슬리 가루도 솔솔 뿌리고...

     

     

     

    고기 안 들어간 잡채도 한 접시~!

    제법 맛있게 만들었어요.

     

     

     

    금욜 야밤에 아들이 사들고 온 연어로

    연어샐러드 만들어

    시저 소스랑 함께 올렸답니다.

     

     

     

    점심때는 아들이 사 온 떡케잌에 촛불 켜고,

     

     

     

    차랑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저런 문구까지 준비해서 온 걸 보면

    아들이 꽤나 치밀하게 계획하고 챙겼다는 느낌이 나서

    코끝이 찡했답니다~~ㅎㅎ

     

     

     

    저녁상은 세 부자가 부엌에서

    몇 시간을 난리를 치더니

    이런 멋진 한정식 한 상을 차려줍니다.

     

    물론 저 중에 새우장이랑 밑반찬은 제가 준비해 두었고

    조기도 제가 손질해 두었지만,

    그래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옆지기 와인수업 다니면서 배운 솜씨로

    프랑스식 닭날개 조림을 만들었네요

    데코도 나름 신경써서 색을 맞추고~~ㅋㅋ

     

    격식을 갖추는 프랑스 요리는

    반드시 삼색이 들어간답니다.

    빨강, 파랑, 흰 색인데 국기에 들어있는 색이지요.

     

     

     

    그리고 아들들의 선물~!

     

    향기나는 장미꽃을 가득 담은 상자에

    사임당 여사를 돌돌 말아 10장을 넣고,

     

     

     

    손편지도 각자 한 통씩 넣었는데

    딸 없는 엄마한테 딸 노릇까지 열심히 하겠노라고...

    진짜 왈칵 눈물이 나왔네요~~

     

    젊은 날에 저도 직장 다니면서

    육아에, 가사에, 직장 일까지 한다고

    그야말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갔던 세월이었는데

    그 길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영화필름처럼 돌아가는 순간이었답니다.

     

     

     

    산골이라고, 한여름 더워도 견딜만하다고

    여태 에어컨도 없이 살았더니,

    두 아들이 이리 큰 선물을 들여 주었습니다.

    거실에 냉난방기 18평짜리에 안방에 벽걸이까지...

    엄마가 추위를 많이 탄다고

    겨울에도 필요한 냉난방기로 준비했네요.

     

    미리 주문해두었지만, 태풍으로 배달이 지연되어

    준비해온 리본만 벽에 매달고 사진을 찍었답니다.

     

    아들들 덕분에 정말 많이 웃었던 즐거운 날이었어요~~ㅎ

     

    대기업 다니는 큰아들은 괜찮지만,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겨우 2년차인 작은아들은

    지출이 커서 휘청거렸지 싶습니다.

     

     

     

    100세의 연세에도 여전히 강의를 하시고

    출판을 준비하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인생을 돌이키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면 6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혈기왕성하고, 객기가 넘치는 젊은 나이는 싫고

    인생을 어느 정도 관조하며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60대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얘기하셨답니다.

     

    이제 그 아름다운 인생 황금기에 제가 도달했습니다.

    60대에 정신적으로 호사를 누리고

    육체적으로 적당한 노동을 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답니다.

     

     

     

    태풍 하이난이 휩쓸고간 보현골은

    작물들이 완전히 드러눕고

    개집까지 날아가는 강풍이 지나갔지만,

    그리 큰 피해가 아니라 괜찮습니다.

     

    엄청난 비바람에도 철부지 사과가 꽃을 피우네요

    봄인 줄 아는 모양이 애처롭네요~~ㅠ

    다들 큰 피해 없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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